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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유산 집중 탐구: 말리의 팀북투, 에티오피아의 락처치 등

by 집순이Q 2025. 6. 4.

아프리카는 종종 자연과 야생의 땅으로만 묘사되곤 하지만, 사실 이 땅에는 수천 년의 문명과 종교, 교육, 건축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특히 말리의 팀북투와 에티오피아의 락처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인류 문명의 다양성과 깊이를 새롭게 조명하게 합니다. 오늘은 아프리카 대륙의 숨겨진 지혜와 정신이 깃든 유산들을 따라가보려 합니다.

아프리카 유산 집중 탐구: 말리의 팀북투, 에티오피아의 락처치 등
아프리카 유산 집중 탐구: 말리의 팀북투, 에티오피아의 락처치 등

팀북투: 사하라 너머의 지식 도시, 이슬람 문명의 중심지

말리의 북부 사막 지대에 위치한 팀북투는 한때 ‘사하라의 진주’, ‘검은 아프리카의 아테네’로 불릴 정도로 학문과 종교, 상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도시는 12세기부터 16세기까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중 하나였으며, 특히 이슬람 세계에서 교육과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유산은 산코레(Sankoré) 대학과 그 주변의 도서관들입니다. 산코레 대학은 단순한 종교 교육 기관이 아니라, 천문학, 의학, 수학, 철학 등을 교육하는 고등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유럽의 대학이 막 생겨나던 시기에 팀북투는 이미 수천 명의 학생과 수백 명의 학자를 거느리며 수많은 필사본과 고문서를 제작하고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수많은 문서는 아랍어와 풀라니어, 송하이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보존과 해석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팀북투의 또 다른 상징은 3대 모스크입니다. 지네레베르 모스크, 산코레 모스크, 시디 야히야 모스크는 모두 진흙으로 지어진 수단-사헬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사막의 환경을 고려한 독특한 구조와 미학을 보여줍니다. 특히 매년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벽을 보수하는 전통은 공동체 정신과 유산 보존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오늘날 팀북투는 사막화, 무장 세력의 위협 등으로 인해 관광이나 연구가 제한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인류 지성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식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1988년 팀북투의 역사 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이는 아프리카도 교육과 문명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락처치: 암석을 깎아 세운 신앙의 요새

에티오피아의 북부 고지대에 위치한 라리벨라(Lalibela)는 12세기 초,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에티오피아 왕국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는 바위산을 깎아 만든 11개의 석조 교회가 존재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경이로운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락처치(바위교회)라고 불리는 이 건축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1978년에 지정되었습니다.

라리벨라 교회는 외부에서 석재를 옮겨온 것이 아니라, 기존 바위산을 위에서 아래로 파내고 조각하여 만든 ‘모놀리식(monolithic)’ 구조입니다. 이는 당시 도구 수준으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며, 지금까지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교회는 베타 기오르기스(Bete Giyorgis)로, 십자 형태로 절벽을 깎아 조성되어 하늘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베타 메드하네 알렘, 베타 마리암 등은 내부에 정교한 벽화와 조각, 천장 문양 등을 간직하고 있어 중세 기독교 건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라리벨라의 교회들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닙니다. 당대 에티오피아 제국이 기독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국가 통치의 중심 사상으로 삼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문화적 상징이기도 합니다. 당시 라리벨라 왕은 예루살렘이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점령되자 ‘아프리카의 새로운 예루살렘’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이 거대한 성지를 조성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으며, 실제로 교회 내부에서는 정기적인 미사와 축제가 이어집니다. 이 유산은 단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종교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유산 그 너머의 이야기: 보존, 계승, 그리고 우리의 시선

말리의 팀북투와 에티오피아의 락처치는 아프리카 문명이 단지 유럽 제국주의의 배경이거나 식민지의 수혜 대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들 유산은 아프리카가 독자적으로 철학, 종교, 과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왔다는 실증적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유산들은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팀북투는 무장세력에 의해 일부 유적이 파괴된 바 있으며, 락처치는 기후 변화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유지·보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제기구와 지역 공동체가 협력하여 보존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유산은 디지털화 과정을 통해 원격 보관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유산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아프리카 유산은 자칫 서구 중심의 시선에서 왜곡되거나 단순히 낙후한 이미지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 유산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과 문화 교류를 통해 아프리카 유산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의 문화적 연대도 주목할 만합니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공동 학술조사나 보존 프로젝트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문명 간의 이해와 협력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유산은 인류의 유산이다

말리의 팀북투와 에티오피아의 락처치는 아프리카 대륙이 지닌 문명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산입니다. 단순한 고대 건축물이 아니라, 교육과 신앙, 공동체 정신의 집약체이며, 인류가 남긴 문화적 보물입니다. 이제는 이 유산들을 단순히 ‘타 지역의 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며, 그 가치를 계승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