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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역사 중심지: 고대 제국의 흔적을 걷다

by 집순이Q 2025. 5. 30.

이탈리아 로마는 단순한 도시를 넘어 인류 문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고대 로마 제국의 심장이었습니다. 지금도 로마의 거리와 광장, 폐허 속에는 천 년이 넘는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로마는 그저 사진 한 장으로는 담을 수 없는 깊이와 철학을 지닌 도시입니다. 이 글에서는 로마의 역사 중심지 중에서도 고대 제국의 권위와 일상의 삶이 교차했던 장소들을 직접 걸으며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풍경과 의미를 담아보려 합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역사 중심지: 고대 제국의 흔적을 걷다
이탈리아 로마의 역사 중심지: 고대 제국의 흔적을 걷다

로마 포룸: 고대 로마 정치와 일상의 중심지

로마 포룸(포로 로마노)은 고대 로마의 정치, 종교, 경제, 사법 활동이 이루어졌던 도시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광장’이라는 뜻을 가지며, 기원전 7세기경부터 형성되어 수백 년 동안 제국의 심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폐허가 된 채 남아있지만, 발굴된 신전의 기둥, 개선문, 바실리카(공공집회소)의 흔적만으로도 당시의 위엄과 정교함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직접 건축을 주도한 ‘카이사르의 포룸’을 비롯해, 세베루스 개선문, 사투르누스 신전, 베스타 신전, 툴루스 호스티리우스의 궁전 유적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특히 툴리우스 시대의 '쿠리아(元老원 회의장)'는 로마 공화정의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내부가 복원되어 당시 정치가들이 회의를 벌였던 공간을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포룸은 단순히 정치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장과 재판, 종교의식, 일반 시민들의 소통이 모두 이뤄졌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베스타의 여사제들이 신성한 불을 지키던 베스타 신전과 그 옆의 가옥터는 당시 로마인들이 얼마나 종교적 질서를 중요시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로마 포룸은 고대 로마 사회 전반의 기능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공간이었습니다. 현재 이곳을 걷다 보면 폐허 속에서도 과거의 목소리와 활기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고대 로마인이 남긴 문명의 체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콜로세움: 권력과 대중의 시선이 교차한 거대한 원형극장

콜로세움은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고대 로마 제국의 문화와 권력이 어떻게 대중과 교감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으로, 기원후 70년경에 건설이 시작되어 8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약 5만 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고, 검투사들의 결투, 야생동물과의 싸움, 모의 해전 등 다양한 오락 행사가 열렸습니다.

콜로세움은 로마 제국이 시민들을 어떻게 통치하고 통합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황제는 이 거대한 오락을 무료로 제공하며 자신의 권위를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시민들은 경기장에 모여 함께 환호하며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정치적 결속과 사회 통제의 도구였던 셈입니다.

건축적으로도 콜로세움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내부의 구조는 오늘날의 스포츠 경기장과 비슷한 형태로, 빠른 이동을 위한 계단과 출입구가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아치와 콘크리트 기술이 집약되어 지진과 시간의 풍화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현재 콜로세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낮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붐비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 더욱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공간에 서 있으면, 과거의 환호성 속에 인간의 권력, 야만, 그리고 생존에 대한 본능이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판테온과 캄포 마르치오: 로마 신들의 공간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판테온은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로마 건축의 걸작입니다. 현재의 판테온은 기원후 125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에 완공된 것으로, 2천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거대한 돔 천장과 중앙의 원형 개방구(오쿨루스)는 고대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구조물로 손꼽힙니다.

판테온은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황제의 권위, 천체의 상징, 로마 시민들의 삶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간으로 기능했습니다. 내부에 서 있으면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과 정교한 비율로 설계된 원형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판테온이 있는 캄포 마르치오 지역은 로마 공화정 시절에는 군사 훈련장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시민들의 광장으로 변모해갔습니다. 근처에는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등 역사적 건축과 생활 공간이 밀집해 있으며,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지역의 특징은 시간의 층위가 중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판테온이 신전에서 교회로 전환되었고, 주위에는 교회, 상점, 카페, 주거지가 공존하면서 로마의 시간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관광객들뿐 아니라 로마 시민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생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역사 중심지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유적 관광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흐름을 직접 체험하는 일입니다. 로마 포룸의 정치적 논의, 콜로세움의 대중 문화, 판테온의 종교와 건축이 보여주듯, 고대 로마는 현재까지도 우리 삶의 기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로마의 흔적은 돌에 새겨진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숨 쉬는 삶의 일부입니다. 이곳을 걷는다는 건 그 거대한 흐름 속에 나를 잠시나마 놓아보는 경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